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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경차 유경험자가 바라보는 캐스퍼 가격

by _!! 2021. 9. 23.

1만 8940대라는 기록적인 사전예약이 달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경차 SUV 캐스퍼. 가격은 트림에 따라 1,385만 원에서 1,870만 원이고 풀옵션의 경우 2,000만 원을 넘어갑니다. 저는 오랫동안 경차를 운행했어서 경차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경차 유경험자가 바라보는 캐스퍼 가격은 어떤지 정리해보았습니다.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캐스퍼 가격은 적절하다

초창기 캐스퍼 가격이 800만 원대, 1,000만 원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에 흥분했었습니다. 광주형 일자리라는 특수한 탄생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람을 버리고 현실을 바라보면 지금의 캐스퍼 가격이 적절함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같은 세단과 SUV 가격을 비교하면 SUV가 반~한 단계 정도 비쌉니다. 아반떼와 같은 세그먼트의 투싼의 가격은 쏘나타와 비슷하고 싼타페와 그랜져의 가격대가 겹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연히 경차에서도 일반 해치백 스타일의 경차보다 최초의 경형 SUV라고 명명하고 나온 캐스퍼의 가격은 높게 위치해야 균일한 가격정책이 유지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올라가버리면 바로 윗급의 베뉴와 겹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모닝과 베뉴 사이의 가격대가 정해집니다. 거기다 캐스퍼와 비슷하게 전고가 높으며,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레이는 출시된 지 벌써 10년이나 되었습니다. 모닝은 계속 세대변경이라도 했지만 페이스리프트 한 번이 전부인 레이보다 현대자동차 최초 경형 SUV가 싸게 나왔다면 캐스퍼의 급이 더 빠져 보였겠죠.

 

준중형과의 큰 격차, 낮은 가성비

이젠 경차에도 주행 보조장치가 들어가지만 미션은 아직 4단 자동미션을 쓰고 있습니다. 2021년에 새로 출시한 캐스퍼가 2011년 모닝에 들어갔던 미션과 다를 게 없습니다. 경차가 연비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들 하지만 우리나라 교통흐름에서는 부족한 출력 더하기 4단 기어의 고 알피엠이 합쳐지면 기름 게이지가 실시간으로 낮아지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17인치 휠까지 선택한다면 연비가 좋게 나오기는 어렵겠죠. 

 

경차에서 몇 백만 원 보태면 준중형으로 갈 수 있고 준중형에서 몇백 만 원 보태면 중형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준중형과 중형은 계속해서 기술개발이 되어온 반면 수익성이 낮은 경차의 기술개발은 미미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몇 백 만 원 차이지만 캐스퍼를 선택하면 10년도 넘은 4단짜리 자동미션을 써야 합니다. 차라리 CVT 미션을 넣어줬더라면 연비 측면에서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4단 자동미션 캐스퍼 풀옵션 살 돈으로 중고차 시장에 넘어가면 전혀 다른 레벨의 차도 선택이 가능해진다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이번 캐스퍼의 특징은 광주 글로벌 모터스에서 위탁생산되어 인건비를 확 줄였고 거기에다 영업장, 딜러를 통하지 않은 최초의 온라인판매로 수수료를 줄였다고 하는데 그 이득이 소비자가격에는 반영되지 않은 듯 합니다. 결국 일반적인 국민들에게 혜택이 간 것이 아니라 전시행정처럼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근로자들이 지금의 임금을 계속해서 받아들일지, 안 받아들인다면 지금의 캐스퍼 가격에서도 더 올라가는 것은 아닌지, 세금을 통해 또 다른 노조 형성이 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가 듭니다.

 

 

 

 

기술 개발에 힘써줬으면

대부분 호로 느끼는 디자인, 레이처럼 차박에 특화된 실내, 풀 LCD 계기판, 시트의 디자인과 색감까지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많이 집어넣었습니다. 하지만 경차를 한 번 타본 사람이 다시 선택할만한 경차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대형차 흉내내기 디자인보단 피아트, 미니 같은 아이코닉한 디자인, 1리터 미만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 같은 것들 말이죠. 오랜만에 경차가 새로 시장에 나온 것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경차들이 출시되고 경쟁해서 상품성 높은 경차를 이용할 수 있는 시장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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